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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eous topics

파파증후군, PFAPA, 소아주기적발열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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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APA* 증후군(Syndrome) : 주기성 발열 및 인두염

*Periodic Fever, Aphthous Stomatitis, Pharyngitis, and Adenitis


증후군(Syndrome)
: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병적 증상이나 특징


파파증후군이란? 아이가 고열이 자주 난다면.

크리스마스 이브.
40개월 저희 아들은 갑자기 열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아침 눈을 떴을 때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파파증후군이 있는 아들의 체온을 재는 것은 우리 부부의 일상입니다.

<37.2℃>


시작은 대부분 이 정도입니다. 소아들은 기초체온이 높아서 37.5℃정도는 정상이라고도 하지만, 저는 이때부터 마음의 준비를 합니다. 아들의 주기성 발열이 시작이 항상 이렇다는걸 경험적으로 깨달았습니다. 대부분은 예상이 빗나가지 않습니다. 아들의 체온은 정말 급속도로 올라갑니다.

<아침(37.2℃) → 점심(37.9℃) → 저녁(38.3℃) → 새벽(39.7℃)>



엄청난 고열까지 도달하는데 하루가 채 걸리지 않습니다. 더욱이 힘든 점은, 해열제(아세트 아미노펜, 이부로펜)가 듣질 않습니다. 아들과 우리 부부를 힘들게 하는 PFAPA 증후군. 지금은 어느 정도 답을 찾아서 잘 이겨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①PFAPA란 무엇인지, ②어떻게 진단받았는지 그리고 ③지금은 어떻게 대처하는지 저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 PFAPA란 무엇인가?

PFAPA syndrome은 주기적인 발열과 함께 아프타성 궤양, 후두염, 경부 림프절염이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주로 5세 이하의 어린이에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1).
즉, 우리 아들은 주기적으로 열이 납니다. 열은 40℃까지는 우습게 올라가며 편도도 많이 붓습니다. 아이가 고열에 축 쳐지는데 먹지도 못하는 모습을 2~3주에 한 번씩 보고있습니다.


PFAPA
증상 : 주기적 발열, 궤양, 후두염, 림프절염
주기 : 3~8주
발열기간 : 3~6일
특징 : 염증성 또는 면역학적 질환으로 의심(2)


1. Vanoni et al. Pediatric Rheumatology (2016) 14:38
2. Pediatr Infect Vaccine. 2019 Dec;26(3):179-187. Korean.


  • 증상 및 진단배경

자녀를 키우는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희 아들은 100일에 독감에 걸렸고, 돌 쯤에는 돌발진(바이러스성으로 의심됩니다)과 같이 기전을 유추할 수 있는 증상에 많이 걸렸었습니다. 18개월 쯤 어린이집을 보내고 부터는 더 많이 아프기 시작했죠. RS바이러스, para 인플루인자 그리고 감기 같은거로요.
어린이집에는 질병이 유행처럼 번져서 소아과 의사분들은 다음 질환을 예측하기까지 합니다. "지금은 독감 돌아요", "지금은 수족구에요" 처럼요. 그런데 저희 아들의 증상은 이상했습니다.


"지금 돌고있는 바이러스가 없는데..."




저희 아들이 아플때는 대부분의 의사가 고개를 갸우뚱 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유행하는 질병도 없었고, 검사결과도 특이사항이 없었습니다. 호흡기검사에서도, 코로나 검사에서도 특별한 바이러스를 찾아내진 못했지만, 염증수치가 너무 높아서 항상 입원을 권유했습니다.
아이를 위해서 당연히 입원을 했었죠. 그런데 너무 주기가 짧았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은 입원하는 생활에 저희 부부는 정말 지쳤습니다. 물론 아이가 제일 힘들었겠죠. 두 돌까지 이런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무언가의 규칙성이 보였습니다.

<주기적인 열 / 바이러스는 없는데 / 염증수치가 높다>



먼저, 아들의 열은 일정한 주기가 있었습니다. 3~5주안에는 꼭 열이 났습니다. 그 열은 급작스럽게 40℃까지 도달했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검사하면 다른 문제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 주기적으로 찾아왔다(3~5주).
  • 짧은 시간에 고열로 된다(하룻밤새 40℃).
  • 해열제가 듣지 않는다(특히 아세트 아미노펜). 
  • 검사결과 특별한 문제를 못찾았다.
  • 염증수치가 높았다(기준치 대비 10배 이상).
  • 항생제 처방을 너무 많이 받았다 !!!!!!!!



이런 증상들을 종합했을 때 병원에서는 '열감기'로 진단하여 처방해줬습니다. 감기약/항생제를 항상 달고살 수 밖에 없는거죠.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은 고열에 씨름하면서 2시간마다 해열제를 교차복용하고, 끼니마다 항생제를 먹여왔습니다. 해열제를 먹이느라 밤잠을 설치는 것은 물론, 약을 먹는 아이의 상태도 말이 아니었습니다. 토하고, 설사하고 가족 모두가 많이 힘들어서 삶이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것 같았습니다.


  • 진단받은 경로

아이의 증상에 대해서 여러가지 찾아보다 "파파증후군"을 알게되었습니다. 파파증후군에서 설명하는 증상들이 모두 우리의 상황과 일치하는 것 같아서 병원마다 돌아다니면서 파파증후군을 물어봤죠.

"인터넷에서 이상한 것좀 찾아보지 마세요"



의사들은 얘기합니다. 보호자들이 인터넷에서 무언가 보고와서 "이거 아닌가요?", "저거 아닌가요?" 많이 들어봤겠죠. 그래서 저희도 파파증후군을 물어볼때마다 의사들에게 면박을 많이 받았습니다. 환자를 진단하는 행위에 대한 보호자의 월권행위라고 생각하면서 그만좀 물어보라는 분도 있었습니다. 파파증후군이 정확한 임상적 병명이 아닌 "증후군"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찾은 서울대학교 병원>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찾았던 곳이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감염내과입니다. 교수님께서 저희 아들을 진찰하시고 처음 말씀하신 것은

"PFAPA일 가능성이 있네요"



지금 까지 있었던 ①주기적인 발열기록, ②검사결과 양호, ③높은 염증수치와 편도 상태 등을 말씀드렸을 때, 교수님이 하셨던 말씀입니다. 그리고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열이날 때' 다시 내원하라고 알려주셨습니다.

<2주 후>



주기적인 발열이다 보니 병원에 내원하는 시기는 금방 찾아왔습니다. 40℃까지 열이오른 불덩이같은 아이를 안고 대학병원 진료를 기다리며 제발 파파증후군이길 바랐었습니다. 원인이 명확해지면 해결방법이 있을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혈액검사를 우선 했습니다. 그 다음 교수님께 진료를 받았습니다.
교수님은 가장 먼저 아이의 겨드랑이와 목에 있는 림프를 만져보시고, 후두염을 확인하셨습니다. 그리고 혈액검사 결과를 설명해주셨습니다. “PFAPA가 보이는 임상적 증상을 대부분 갖고있다"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 "림프가 부어있고 편도는 하얀 곱이 낄 정도로 많이 부었다". 혈액검사 결과 다른 유전적인 질환이 의심되지 않다는 소견도 추가해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테로이드 반응성을 보기위해 PRD 시럽을 처방해주셨습니다. 다른 해열제 없이 PRD 시럽만 먹였을 때 아이의 열이 떨어진다면, PFAPA 증후군이 맞고 스테로이드에 대한 완전반응을 보이는 거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40℃ → 37.2℃>




아이에게 PRD를 투여하고 6시간 뒤 체온이 마법같이 떨어졌습니다. 다음 날 교수님과 전화로 상담을 했고 최종적으로 PFAPA 증후군에 대한 소견을 받았습니다.

PFAPA에 대한 소견서


  • 변화

서울대학교에서 PFAPA에 대한 소견을 받은 뒤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제부터는 열날 때 어떻게 대처할 방법이 생겼습니다. 더 이상 해열제와 항생제로 씨름하지 않고, 스테로이드 한 방으로 끝냅니다. 집 주변에 있는 소아과 의사분들에게 소견서를 보여드리고, 그 분들의 관심덕분에 주변 병원에서도 스테로이드를 처방 받을 수 있게되었습니다.


"부모, 선택의 갈림길"



여기서 부모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됩니다. PFAPA로 올라간 열은 스테로이드를 하루만 먹여도 끌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효과적인 방법이 스테로이드 또는 편도절제 정도입니다. 의사분들의 말을 빌리면, PFAPA 증후군으로 열이날 때 먹는 스테로이드 양은 부작용을 걱정 안할 정도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보호자들은 스테로이드라는 약에 대한 걱정을 100% 놓지 못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1) 열이날 때 스테로이드를 먹여 열을 하루안에 잡는다.
- 장점
하루만에 열이 잡힌다
바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 단점
스테로이드에 대한 부작용 걱정
발열 주기가 조금 짧아짐
2) 열이날 때 해열제로 버텨 5일 정도 열을 버틴다.
- 장점
스테로이드를 먹이지 않는다.

- 단점
일주일 정도 일상생활이 안된다.
아이가 잘 먹지 못하고 힘들어한다.



부모들에게는 두 가지의 선택지가 있습니다. 스테로이드냐 아니냐 그것이 문제로다. 저희 부부는 스테로이드를 선택했습니다. 지금까지 아들에게 못해준게 너무 많았습니다. 태어나자 마자 코로나 시대를 맞은 아기. 열이 나면 대역죄인 취급을 받아 어디도 가지 못하고 집에서만 지냈던 시간을 돌이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병원에서 수액을 맞으며 보내던 나날, 자는 아이를 깨워 해열제를 교차복용 시키던 것도 마찬가지로요.




PFAPA증후군은 3~5세 정도 되는 아이에게 가끔 나타나는 주기적인 발열, 인후염 증상입니다. 마침 저희 아들이 PFAPA 증후군을 갖고있었네요.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소견을 받기 전까지는 정체모를 원인을 쫒기위해 항생제를 쏟아부었습니다.병원 1인실에서 보냈던 시간들도 많았어요.
그러나 이제는 다릅니다. 확률 높은 원인을 추정하게 됐고, 어떻게 해결할 지도 알게됐습니다. 이제서야 일상생활을 찾은것 같아 정말 행복합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친구랑 노는걸 이렇게 좋아하는 지도 몰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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